(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50주년을 맞아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 골프 대회에서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꿈꿨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우즈는 1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치른 제150회 디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천400만 달러) 2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 중간합계 9오버파 153타로 컷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우즈는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공동 148위에 그쳤다. 우즈보다 뒤진 선수는 7명뿐인데 대부분 사실상 은퇴한 역대 우승자들이다.
전날 6오버파를 치고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치면 컷 통과가 가능하다"던 우즈의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즈는 2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를 잡아내고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를 곁들였다.
1라운드에 비해 샷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린에서 고전했다.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전성기에 거의 보기 힘든 16번 홀(파4) 쇼트게임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16번 홀에서 우즈는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렸다. 플롭샷을 구사했는데 볼 비행거리가 너무 짧았다.
항아리 벙커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2m 보기 퍼트가 홀을 비껴갔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실상 컷 탈락이 확정된 채 18번 홀 페어웨이를 걸어 그린에 오르던 우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페어웨이 양쪽을 둘러싼 갤러리가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하자 모자를 벗어 답례하고 손을 흔들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우즈는 "다음번에는 여기 다시 오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가 주소모두 부러지는 등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일 만큼 크게 다쳤던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기적처럼 재기했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고 여러 번 말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 준비에 정성을 쏟았다.
그는 디오픈 세 차례 우승 가운데 두 번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거뒀다.
PGA챔피언십에서 컷을 통과하고도 기권한 것과 US오픈 불참도 이번 디오픈 출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힐 정도였다.
연습 라운드를 45홀이나 치를 만큼 기대가 높았지만, 47세의 나이와 사고 후유증을 넘어서지 못했다.
5년마다 한 번씩 디오픈을 치르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다시 디오픈이 열리는 것은 빨라야 2027년으로 예상된다. 우즈가 52세 때다.
우즈는 "난 자주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니다. 팬들은 내가 컷 탈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점점 더 크게 환호했다"면서 "이 대회는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이 대회의 전통을 우러르고 있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우즈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면 경기할 몸이 아닐지도 모른다. 디오픈에서 출전해도 경쟁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은퇴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 대회 출전 계획은 아직 없다는 우즈는 "내년쯤이나 출전할 듯하다. 운 좋게도 올해 메이저대회만 3번 출전했다. 고생한 끝에 이만큼이라도 해낸 게 행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