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은 요르단·필리핀 '귀화 선수 대결'…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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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은 요르단·필리핀 '귀화 선수 대결'…우리나라는?

주소모두 0 58 2023.10.07 05:23

귀화 선수 '3년 거주 규정', OCA 유권 해석에 유명무실 가능성

우리나라는 법무부 심사 넘어야…'문태종 아들'도 일단은 성과 필요

라건아 골밑 분전
라건아 골밑 분전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4쿼터 대한민국 라건아가 골밑슛 찬스를 노리고 있다. 2023.10.3 [email protected]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은 필리핀과 요르단의 대결로 펼쳐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이란 등 맹주를 자처한 국가가 떨어지고, 두 팀만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9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릴 마지막 한판을 앞뒀다.

두 팀의 특징은 귀화 선수가 전력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요르단은 한국 농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가 에이스다.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전주 KCC(현 부산 KCC)에서 뛴 론데 홀리스제퍼슨(197㎝·미국)은 올해 1월 귀화해 요르단에 합류했다.

2015년부터 미국프로농구(NBA)에서 6시즌 간 정규리그·플레이오프(PO)를 합쳐 319경기를 뛴 그는 지난달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뉴질랜드전에서 39점을 폭발하자, 닮은 꼴 외모 덕에 홀리스제퍼슨을 향해 외신들은 '요르단의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홀리스제퍼슨은 월드컵에서 뛸 기회를 받길 원했고, 에이전트를 통해 아시아 국가로 귀화를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월드컵에서 제 몫을 한 홀리스제퍼슨은 아시안게임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대만과 4강전에는 35분을 뛰며 20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홀리스제퍼슨을 앞세운 요르단은 5전 전승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론데 홀리스제퍼슨
론데 홀리스제퍼슨

[AP=연합뉴스]

반대쪽 대진에서 개최국 중국을 꺾고 올라온 필리핀도 에이스가 귀화 선수다.

저스틴 브라운리(198㎝·미국)는 1988년생의 노장이지만, 두 차례 필리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란과 8강전에서 36점을 폭발하며 84-83 신승을 이끈 브라운리는 중국과 4강전에서는 더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4쿼터를 50-64로 뒤진 필리핀은 이후 17점을 몰아친 브라운리를 앞세워 77-76, 극적인 역전극을 썼다.

필리핀은 경기 종료 2분여 전 7점 차로 뒤져 패색이 짙은 듯했다. 그러나 브라운리가 1분여 만에 5점을 넣었고, 종료 24초 전 역전 3점까지 성공하며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격침했다.

사실 브라운리는 필리핀이 엔트리에 넣은 두 번째 귀화 선수다.

이미 센터 안젤로 쿠아메를 귀화 선수로 보유한 필리핀은 요르단처럼 올해 1월 브라운리의 귀화에 성공했다.

브라운리는 필리핀 프로농구(PBA)사상 최고 선수로 평가된다. 2016년 PBA에 입성, 7시즌 간 5번 최우수선수(MVP)를 따냈다.

귀화를 위해 의회 상·하원이 합심했고, 결국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 1월 특별법에 서명하면서 브라운리가 필리핀 농구의 일원이 됐다.

홀리스제퍼슨과 브라운리와 관련해 주목한 점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OCA의 최신 헌장에는 대회 출전 자격 규정(53조)에 대표하려는 국가에 최소 3년간 거주해야 하는 조항이 남아 있다.

필리핀의 저스틴 브라운리
필리핀의 저스틴 브라운리

[신화=연합뉴스]

53조 2항은 출전 자격을 얻는 세 가지 경우를 병렬적으로 나열한다.

해당 국가에서 태어난 경우(a), 3년 이상 거주한 시민권자·국적자(b), 귀화 선수(c)다.

이어 53조 3항에서 OCA는 "아시아 밖에서 태어난 출전자는 'b 그리고 c'(b & c) 조항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귀화 선수라도 3년 이상 거주 요건이 필요할 터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이 조항이 엄격히 지켜졌다.

필리핀이 2005∼2014년 NBA를 누빈 귀화 선수 안드레이 블래치의 출전을 추진했으나, '3년 거주 규정'에 막혀서 무산됐다.

우리나라의 라건아가 2018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때도 이 조항이 관건이 됐다.

당시 라건아가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로서 2012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해온 이력이 참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필리핀의 브라운리 역시 유사한 이력이 고려됐다면, OCA 규정상 출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홀리스제퍼슨의 요르단 거주·활동 이력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문제의 OCA 헌장 53조 3항 끝에 '해당하는 경우'(where applicable)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점을 봐야 한다.

이는 각종 계약서, 합의문 등에 일정한 예외를 허용하기 위해 자주 이용되는 문구다.

엄격한 해석보다 재량의 여지를 남기는 표현인데, OCA가 이를 활용해 53조 2항의 b(3년 거주)와 c(귀화) 중 하나만 충족해도 출전을 허용하는 '유권 해석'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전자랜드 입단을 앞두고 경기를 관전하는 문태종(왼쪽)과 가족들
2010년 전자랜드 입단을 앞두고 경기를 관전하는 문태종(왼쪽)과 가족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앞으로도 아시안게임에서 이같이 제한이 약해진다면 우리나라도 귀화 선수를 더 중용할 여지가 생길까.

2018년부터 한국의 골밑을 지켜온 라건아(KCC)도 30대 중반으로 기량이 떨어질 나이라 '후계자' 물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농구협회 측 답은 부정적이다.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를 떠나 법무부 '특별 귀화' 심사를 통과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서다.

실제로 귀화 선수가 자주 나타나는 중동이나, 의회가 나서 브라운리를 도운 필리핀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 심사를 통과하는 게 귀화 선수 활용의 전제 조건이다.

협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3년 거주 규정'이 사라졌다고 해도 법무부 기준에 들어맞는 선수부터 많지 않다"며 "소득, 국제적 활약 등 여러 부문이 증명돼야 심사에 올릴 수라도 있다. 중동, 필리핀 측과 현실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문태종 선수의 아들 재린 스티븐슨의 특별 귀화도 추진해봤지만, NBA 등에서 뛰지는 않아서 당장은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소득 부분도 문제지만, 아직은 유망한 학생 선수라 국제적 성과가 없는 상태"라고 짚었다.

문태종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슈터로 2010-2011시즌부터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기 시작해 2018-2019시즌까지 9시즌을 활약했다.

그의 아들 스티븐슨은 현재 키 208㎝의 포워드로 최근 미국 내에서 2024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동급생들 가운데 전미 랭킹 10위 안에 든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명문 앨라배마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4강 문턱에서 마무리
4강 문턱에서 마무리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가 70-84, 대한민국의 패배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대한민국 선수들이 코트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0.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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